Act 3, 자수정 빛의.
크게 숨을 들이키고 통화 버튼을 누르며 전화를 받고 얼어붙은듯한 목소리를 내어 말한다.
여보세요.
긴장한 듯한 목소리가 역력해 보인다. 전화 속 그가 알아차리고 안부를 물으며 걱정하리라. 거기까지 생각하는 내가 싫어져서 다시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누나. 나 세인이야.
전화 속 그는 그러한 내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는 듯 다독이는 것 처럼 말했다.
요즘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무슨 일있어?
아니, 라고 말하려다가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겨 나는 그래, 있어. 라고 말해버렸다.
무슨 일인데.
넌 몰라도 돼.
…….
…….
세인도 말이 없고 나도 말을 잇지 못한채 전화기 옆의 작은 화분을 바라보면서 뒤이을 말을 생각하고 있다. 세인은 뭐라고 말을 할까. 조바심이나서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그가 먼저 말을 이었다. 전화기를 잡은 오른손은 땀에 젖었다.
그런게 어딨어. 그러지 말고 말해봐.
네가 소원이라도 들어주게?
뭐?
아니야.
무슨 황당무게한 말이냐고 물을 것 같던 그의 목소리는 사그라 들었다. 그는 분명 내가 한차례 자신을 또 거부했을 것이라 생각했을거라고 나는 짐짓 생각했다. 수화기 속에선 또르르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세인의 집에 있는 수조관의 공기 소리였다. 세모모양의 벽에 붙어있던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수조관에 담긴 한 마리의 열대어. 몸짓도 작고 색도 옅은 파랑에 꼭 세인을 닮았던 그 열대어. 유유자적 물속을 헤엄치는듯 했지만 항상 힘든 몸짓을 하고 있는거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누난, 항상 그렇게 피하고만 있을거야. 그렇지.
…….
내가 세인의 수조관 속에 있는 세인을 닮은 열대어를 생각하고 있을때, 세인은 상처를 받고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나로부터, 그리고 그 열대어로부터. 퍼득 정신이 들어 세인의 말을 곱씹었을땐 그의 자수정빛 눈동자가 나를 흘끗 쳐다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항상 말을 할때면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그윽한 자수정빛 눈동자로 훤희 들여다 보고 있는듯 했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세인은 곧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그틀에 벗어나 방황하는 사람인것 같아 항상 초조하고 두려웠다. 나는 나의 남동생인 세인의 눈동자가 무서웠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또 그의 말에 대꾸하지 못한채 수화기를 들고 그의 목소리만 잠자코 들었다. 세인은 그런 내가 못미더운듯, 걱정이 되는듯 잔소리를 이었다.
언제까지 피하고만 있을 수 있는건 아니잖아. 누나.
알아. 알고 있어.
두 눈을 질끈 감고 세인의 목소리의 잔상을 지우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깜박인다.
나 이제 나가봐야 돼.
……그래. 다음에 전화할게.
응.
뚜뚜뚜- 세인은 먼저 전화기를 내렸고 나는 멍하니 수화음을 듣고 무릎을 꾾은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잠시 몇 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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